라이프로그


저는 걸어다니는 송장이었습니다 (2/2) 나이 거꾸로 먹기

잠이라도 좀 잘 잘 수 있으면…

업무와 사업 걱정에 골똘히 빠질 때는 밤을 꼬박 새워도 잠이 오질 않아
새벽녘에 잠깐 눈을 붙이게 되면 하루 종일 피곤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아침이면 눈이 떨어지질 않아 집사람이 사생결단으로 깨우지 않으면
정오가 되어도 스스로 일어날 수가 없어 항상 출근이 늦어지곤 했으며,
아침 약속이라도 있는 날이면 온 집안이 새벽부터
비상이 걸리곤 했었습니다.

눈을 뜨더라도 침대에서 내려오는 데는 적어도 10분 이상 사력을 다해 목을 풀어야 하고
일어나서는 허리가 아파 억지로라도 허리를 움직이며 굴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간간히는 팔다리가 전기에 감전된 듯 저려 손가락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먹고 어떻게 견디니?

근 4-5년 동안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밥 한 공기만 먹어도 배가 한정 없이 불러 숨을 몰아 쉬다 허리띠를 풀어야만 했고
식사 후엔 항상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고 트림이 날뿐 만 아니라
식사 후 1시간 정도 지나면 뱃속에 가스가 가득 차 올라왔습니다.

속이 답답해 아침 밥을 거르면 오전 10시쯤부터 견디지 못할 정도로 속이 쓰려
밥 한 숟가락이라도 물에 말아 먹고 출근해야만 했고 또 그러면 헛배가 불러
점심 식사는 반 공기 정도 밖에 먹지 못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먹고 어떻게 사느냐고 신기해 했지만
저와 같은 증상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고통을 모를 것입니다.
하루 종일 먹는 밥 양이 작은 공기 그릇 2개 정도이니, 그러고도 어떻게 체력이 유지 되겠습니까?

오전에 커피를 마셨다간 배를 감싸 쥐고 끙끙 앓아야만 했고
오후에 마시면 어김없이 계속 트림을 하곤 하였습니다.

병원의 진단으로는 신경성 소화불량이니 신경을 많이 쓰지 말고
절대 커피와 담배를 피하라는 얘기와 함께 위장약을 받아 오곤 했었지만
그 증상이 개선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답답해 한약도 많이 먹었지만 차도가 없었고,
소개로 침술원 한 군데를 갔다가 위하수 기미가 있다는 진단과 함께 열흘 정도 침을 맞고
증상이 상당히 개선되었었으나 또 한 두세 달 정도 지나면 재발하곤 하여 많은 고통을 받고 살았습니다.


나오기라도 잘 나오면…

게다가 변비는 항상 따라 다니며 절 괴롭혔습니다.
좀 과하게 일을 했다든지 출장을 갔다든지 술을 마셨다든지 하면 어김없이 변비가 왔고
정도가 지나치면 치질로 변해 의자에 제대로 앉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변기에 피 쏟는 건 다반사였고, 그러면서도 뱃속이 답답해 나오든 안 나오든
하루에 3번 정도는 화장실을 가야만 했었습니다.

해외 출장이 있을 때마다 시차 적응보다 더 괴로웠던 건 변비였습니다.
내일 비행기를 탈 예정이면 벌써 몸이 먼저 알고 오늘부터 속이 더부룩해지고 가스가 차며 소화가 안되기 시작합니다.
이륙 후 기내식이 나오면 냄새만 맡아도 속이 역겨워지고
조금이라도 먹고 나면 뱃속이 그야말로 난장판으로 변합니다.

출장 3일만 되면 거의 변을 보지 못하고
먹긴 먹어야 하는데 배가 꺼지질 않으니 정말 고역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4-5일만 되면 더 가관인 것이, 결국 아래에서 터져 피가 나오기 시작하고
그 것도 모자라 속옷에 분비물이 슬슬 묻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내 몸이지만 정말 믿음도 안 가고 대책도 없어지는, 싫은 몸이지만
그래도 내 몸인데 어떡합니까?
이런 증상이 그래도 좀 넘길 만 해지는 건
귀국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보름정도 지나서부터 였습니다.


이게 자갈풍이라는 건가요?

정확한 병명은 잘 모르겠지만
오른쪽 발바닥 앞꿈치 정 중앙에 살 속으로부터 혹 같은 것이 솟아
오래 서있거나 걸어 다니면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
저도 모르게 오른쪽 다리를 절고 다녔나 봅니다.

후에 들은 얘기지만 동네에서 젊고 예쁜 애기 엄마가
왜 다리를 저는 사람과 결혼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수근거렸다고 합니다.
견디질 못해 92년 초 경북대 의대에서 MRI진단을 거쳐 결국 수술을 하였으나
신경이 밀집된 발바닥 위치로 인해 일부 절제만 하고 완치는 어렵다는 얘기와 함께 퇴원하여
약 1년 정도 지나자 원래대로 다시 복귀하여 그저 고칠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체념하고 살았습니다.

병원에서 저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많이 놀랐습니다.
사람들 말이 그게 자갈풍이라고 하더군요.
평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면도칼로 혹 때문에 눌려 발바닥에 생긴 굳은 살을 도려내지 않으면
신발을 신고 다녀도 아파서 다리를 절 정도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자가 수술을 한 꼴이죠.


기(氣)가 부족해서...

어릴 때부터 고생하여 오던 것 중 하나가 급성편도선염 혹은 인후염입니다.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연간 평균 4-5회 정도 정례적으로 앓았으며
한번 앓아 누우면 보통 일주일정도 거동을 못할 정도로 심했습니다.
한 번 걸렸다 하면 체온이 40도를 오르내리고 오한이 드니
한여름에도 겨울 솜이불을 두개씩이나 덮어야 했고 때론 헛소리를 할 정도로 심하게 아팠습니다.

군대 있을 때 이런 증상으로 고참들한테 맞기도 많이 맞았습니다.
고열에 거의 실신할 정도가 되어야 내무반 한 구석에 매트리스 깔아란 소릴 들었으니… 악몽입니다.

총체적으로 몸이 약하고 기가 부족해 그렇다는 진단으로
보약도 많이 먹었고 침도 많이 맞았습니다만 크게 효과를 보진 못했습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오진 않았습니다만
이 모든 증상들을 한군데 모아 놓고 보니
도대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질 않는군요.
벌써 관속에 들어가고도 남을 만하단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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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1998년 가을에 기록한 나의 병력을 간단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글을 적었던 이유는, 이후 나의 몸이 극적으로 바뀌어 지금껏
병원 한 번 가지 않는 체질로 되었기 때문에 이전과 후를 비교하기 위하여
참고로 기록해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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