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저는 걸어다니는 송장이었습니다 (1/2) 나이 거꾸로 먹기

제가 몸이 극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건 37세가 되던 때였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감기나 급성편도선염, 인후염 등 잔병 치레가 많았고
드링크만 마셔도 취기가 올라올 정도였으며
경제적인 여건만 허락하면 시시로 보약 한두 제는 지어먹어야 할 정도였지만,
살기 바쁜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 하나 만의 몸을 돌보기 위해
별난 행동을 취할 정도의 여유는 전혀 없었던 때였습니다.

유럽 회사에 몸을 담으면서부터는 해외 출장이 잦아졌고
많을 땐 연간 15회나 유럽을 다녀오는 장거리 비행기를 타야 했으며
때론 5박7일 만에 미국 대륙을 횡단해 유럽을 거쳐 오는
정말 빠듯한 일정도 소화하지 않으면 안되었었습니다.

일의 강도는 한국 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지만
그보다는 훨씬 좋은 대우와 일의 성취감에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다니던 중
점점 아침이 오는 게 두려울 정도로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조금만 일의 강도를 높이면 평생 날 따라 다니던 바로 그 급성편도선염이
기다렸다는 듯 찾아왔습니다.

업무 상 술 접대라도 한 다음 날이면 3-4일은 속이 아파 배를 잡고 병원을 찾아야 했지만
유럽 본사 직원들이 오면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어 배조차 쓸어 쥘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에
무채색의 빛 바랜 주검의 그림자를 언뜻 보곤 찾았던 병원에서
우심실비대증으로 심장에 이상이 있으니 무리를 피하란 진단을 받곤
조만간 이 일을 그만 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바쁜 만큼 고되었지만 일의 성취감에 취해 건강을 돌보기엔 너무 젊었다는 생각을 하며
당시 유행병 같던 40대 돌연사 같은 얘긴
저와는 다른 나라의 가쉽 정도로 치부하던 그런 나이였었습니다.


이제부터 그 당시에 제가 가지고 있던 증상들을 하나씩 소상히 밝혀 드리겠습니다.

스트레스에 두통에 견비통까지…
업무상 해외 출장이 잦고 접대 술자리가 많으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 항상 뒷목이 뻐근하고 어깨에 통증을 느끼며 어떤 이유든 한번씩 화를 내고 나면 얼굴이 심하게 벌개지고 편두통이 너무 심해 진통제를 자주 먹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집안 병력에 고혈압과 당뇨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이 탓에 아직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고,
잦은 두통으로 찾아간 의사 권유대로 신경 쓰지 않고 살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생각했었습니다.


술에는 그저 설설 길 수 밖에…
드링크 마시고 취한다는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평소 주량이 소주 2잔이면 제법 취하며 3잔을 마시면 쓰러져 잠이 들고
4잔을 마시면 속을 있는 대로 다 비우지 않으면 안되며
게다가 술만 마시면 전신에 붉고 푸른 반점이 생기고 가려우며
잠이 들어도 가슴이 너무 답답해 1-2시간 밖에 자지 못할 정도로
알코올에 알레르기가 있었습니다.

또 술을 마시고 나면 항상 다리가 뻐근하고 아파
밤새 고생을 하곤 했습니다.
술 없는 곳에 가서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말이 입버릇이 되어버렸습니다.
오죽하면 술 권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까지 하였겠습니까?
무릇 모든 일이 그렇듯,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저 같은 체질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건강 문제는 뒷전, 애꿎은 담배만…
술을 못하니 스트레스 받았을 때 낙이라곤 그저 담배 한 대 빼어 무는 것 외에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저 답답할 때 한 대 물고 후우 하며 허공 속으로 날리는 외에...
그 부작용. 저도 잘 압니다.
속이 쓰리고 입 속이 텁텁하고 냄새도 나고 주머니 속도 더럽고…
한 마디로 지저분한 취미죠.
게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입 속이 바싹 타오르는 것이 모래라도 씹은 것만 같고, 그래도…


허리가 아파…
근 20년째 자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업무 상 전국을 다녀야 하는 탓에
장거리 운전만 하고 나면 허리가 너무 아파 디스크라도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되었으나
병원 진단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 운전 후에는 항상 허벅지가 뻐근하니 아팠고
목덜미와 어깻죽지가 항상 굳어있는 걸 느끼곤 했습니다.
집에서도 10분 이상은 방바닥에 등받이 없이 앉아있질 못했습니다.
연체 동물처럼 그저 드러 누울 생각만 하니
얘들 교육에도 안 좋고 손님이라도 오면 난감하였죠.
한식당에 가 식사라도 하려면 앉아 있는 자체가 상당한 고역이었습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02
8
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