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100일 만의 휴가 -몸으로 증명하다

그래, 그것은 휴가 명령이었다.

몸이 갑자기 무중력상태로 공중에 떠 있었다.
뭔가 평소와 다른 그것을 느끼고 확인함과 동시에
눈앞에는 뭔가 또 새로운 것이 확 덮쳐왔다.
그리고 '퍽!'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발바닥, 오른쪽 발바닥에서 
극심한 통증이 올라왔다.
'악!'
그제서야 비명이 입술을 헤집고 세상 밖으로 튀어나갔다.
이어서 비명이 들렸다.
'아! 저기! 사람이 떨어졌어요! 어서 가봐요!'


지상 7M 높이 창고 지붕 처마에 붙어있던 물받이 홈통을 떼 버린 건 벌써 3년 전이었다.
창고를 지었던 업자에게 빗물이 새어 들어온다고 사후 서비스를 요청하자
샌드위치 판넬 틈 사이의 실리콘 코킹 작업 보수를 위해 홈통을 철거하고 난 후
작업할 사람이 없어 미루고 미루었던 일이었다.
3년 동안 빗물이 문 바로 앞에 줄줄이 떨어져도
솔직히 7M 위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고 또 거기까지 다다르는 사다리도 없었다.

다음에 작업 있을 때 인부를 시켜 달 거라고 두었는데
오는 인부마다 핑계를 대거나 뒤로 미루다 모르는 척 달아나곤 해서 그냥 지금까지
그렇게 미루어오던 작업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내가 하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고,
주위 다른 곳은 이번에 내가 직접 홈통을 정리하고 새로 달고 해서 깨끗해졌는데
유독 여기만 완성하지 못하고 남겨두었던 숙원(?) 작업이었다.

가지고 있는 가장 긴 사다리가 6M 밖에 다다르지 못해 꾀를 내었다.
소위 PT아시바라는 조립식 공사용 발판을 땅바닥에 설치하고 
그 위에 사다리를 걸쳤더니 지붕 처마까지 충분히 닿고도 남았다.
조심조심, 사다리를 타니 중간에서 사다리가 휘청거리며 울렁인다.
일순 손과 발에 땀이 배인다.
잠시 기다려본다. 괜찮다.
또 올라간다.
그렇게 네개의 물받이 홈통 중 첫번째 것을 세번의 시행착오 끝에 훌륭하게 달고 유도관까지 잘 설치해 
더 이상 빗물이 지붕에서 자유낙하하지 않고 유도관을 타고 지상까지 잘 내려오도록 안내한 다음
두번째 홈통을 들고 7M를 올라갔다. 
당연히 PT아시바 발판도 그만큼의 공간이동이 있었다.
전동 드라이버를 꺼내 직결피스못을 하나 박고 머리로 받친 상태에서 두번째 피스도 잘 박아넣었다.
훌륭히 자리를 잡았다. 이제 반대쪽 끝에 하나만 더 박고 나머지도 수월하게 작업이 흘러갈 것으로 예상을 했다.
내려와 사다리 자리를 옮기고 다시 올라가 피스를 박으려 힘을 주는 순간,
갑자기 눈앞에 시커먼 그늘막이 보였고 입에서는 신음이 그리고 발바닥에서는 극심한 통증이 올라왔다.
아, 내가 떨어졌구나.
그런데 바로 땅바닥으로 떨어지진 않고 지상 2M 위에 설치한 고정 아시바 구조물위의 슬레이트 지붕 위로 떨어졌으며
그것도 사다리가 바로 몸 밑에 받쳐주어 몸이 지상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주었다는 것을 순간 파악할 수 있었다.
극도의 통증 속에서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왜냐하면 이 상태라면 많이 다치진 않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대충 타박상 정도에서 그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곧 이웃 사람들이 쫓아내려 왔다.
하지만 슬레이트 지붕 위에 추락한 내게 접근하는 게 쉽지를 않았다.
한참 호흡을 되돌리며 통증이 가라앉길 기다렸다가 고개를 들고 걱정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며 언덕 위와 지붕위로 평평하게 내려앉은 사다리를 엉금엉금 기어내려와 땅바닥에 주저앉아 작업화를 벗고 발바닥과 복숭뼈를 만져보았다.
통증이 심하다. 이 정도라면 타박상 정도에서 그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심하면 뼈에 금이 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기운을 돌려 종아리 쪽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통증이 있는 부위에서 요동치는 기운을 발끝으로 내려보내기 시작했다.
집사람이 놀라 어쩔줄 모르며 쫓아왔다.
급하게 혈관확장제 멘솔을 환부에 바르고 신발을 갈아신고 차를 몰아 병원으로 달렸다.
차 안에서도 호흡과 간접통증 부위의 기운 정리는 늦추지 않았다.
최소한도 경혈자리를 따라 올라가며 만져지는 부위의 이상 기운만 정리해도 초기 부종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고
부종만 제한되어도 회복하는 시간은 많이 단축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X선, CT를 연속 찍었다.
목도 뻐근, 허리도 시큰, 혹시 모르는 추가 충격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정밀하게 찍었다.
천만다행으로, 물론 내 예상보다는 충격이 컸었나 보다, 5번째 발가락 뼈가 부러져 작은 조각 2개가 완연하게 분리되어 나와 있었다.
의사는 수술의 가능성을 계속 보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정도에서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부종은 내가 책임질테니 여기서 깁스를 하고 상태를 보자고 권했다. 내가 의산가?
의사도 동의해 반깁스를 하고 하룻밤만 입원해 수액을 맞으며 혹시 모르는 추가적 응급상황에 대처했다.
간호사는 진통제를 권했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넘길 수 있으리란 판단에 사양하였다.

내 예상대로, 병원 입원실에서 보낸 하룻밤은 밤새 1시간 간격으로 깨어 비몽사몽을 헤맸지만, 자면서도 호흡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 덕분인지, 정말 너무나 신기하게도 조금의 통증도 느끼지 않고 아침을 맞았다.
추가적으로 기본 검사 몇가지를 더하고 의사의 합의 하에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

밤새 병원에서 침대에 누워 천주, 풍지혈을 얼마나 풀었는지, 요추, 미추의 뻐근한 기운을 제어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집에 들어오자 바로 바닥에 누워 SNPE 도자기를 들고 흉추와 요추, 천추까지 한참을 풀어주고 나니 몸이 많이 가벼워졌다.
어제부터 아직 씻지도 못했기에 반깁스를 풀고 더운 물로 샤워를 했다.
발 위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자 발끝이 가렵다. 이는 참 반갑고 희망적인 징조다. 
뜨거운 물에 가려움을 느낀다는 건 그만큼 많이 놀란 기운이 풀렸고 발 전체의 기혈순환이 잘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샤워를 마친 후 환부 위에 멘솔을 바르고 그 위에 운기단 양말을 신기려했더니 역시 발이 부어있어 양말을 올리기가 쉽지를 않다. 
해서 운기단 팔꿈치 보호대로 환부를 감싸고 그 위에 드레싱으로 석고깁스를 임시 고정해 주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운기단 제품의 미세파동이 환부의 살과 뼈 조직을 아주 잘게 지속적으로 흔들어주어 세포 차원에서의 활력을 불어넣어 기혈순환을 원활하도록 도와주고 부종은 빼주며 뼈는 훨씬 빨리 붙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오늘 밤은 이 위에 운기단 이불을 덮고 그 안에 온기단제품으로 열을 약간 올려줄 것이다.
그렇게 하면 파동의 강도가 훨씬 세 짐으로써 평균적으로 30%~40% 정도 회복이 빨라진다.
이 것은 내가 운기단 제품을 가지고 지난 15년 여의 세월 동안 경험적으로 축적한 노우하우에서 나온 지혜다.

내가 이런 얘기를 아무리 해도 믿는 사람도, 인정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멀뚱멀뚱 듣고만 있다가 끝났거나, 웃고 넘기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15년 전, 대구에서 어떤 정형외과 의사를 찾아가 너무나 답답한 나머지 운기단 부직포 몇 장을 들고가 인간적으로 하소연하며 테스트를 요청했던 적이 있었다.
정형외과를 찾아갔던 이유는,
일반적으로 깁스를 하면 환자가 가장 힘들고 불편해하는 것 몇 가지가 있다고 한다.
1. 깁스를 하고 몇 달을 견뎌야 하므로 우선 답답하다. 너무 답답하다.
2. 가렵다. 씻지를 못하니 찝찝하고 가렵다. 심하게 가려우면 철사줄을 길게 만들어 깁스 안으로 집어넣고 긁는다.
3. 냄새가 난다. 안 좋다. 못 씻고 땀 나고... 특히 여름에는 더 하다.
4. 약해진다. 운동을 못하고 오래 두니 근육이 빠지고 살도 처지고 약해진다.
운기단 섬유를 깁스하기 전에 피부에 밀착시켜 주면 위 4가지 중 세가지는 환자 자신이 만족할 만큼 개선된다. 4번도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운동을 못하므로 개선은 안된다.
1달 보름, 그 의사의 테스트 결과 괄목할 만한 효과가 인정된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것이 이런 효과가 있다고는 공중에게 말할 자신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었다.

그 의사가 난 이해가 되었다. 그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그냥, 끝이 났다. 그리고 내 가슴 속에 나 혼자 아는 사실로 묻어버렸다.
그런데, 내가 15년이 지난 지금, 내게 깁스를 할 기회가 생겼다.
이번엔 의사에겐 말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 혼자 알고 그냥 가져갈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테스트하고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 볼 기회가 와서 참 기쁘다(?).

난 믿는다.
최소 30%의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그래서 오늘 샤워를 하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나 혼자 알고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그 비밀 아닌 비밀을, 그냥 가지고 가더라도 이런 것이 있었다고 후세 사람들에게 참조하라고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기에...

관심있는 분은 이제부터 예의 주시하며 보시라.
그리고 확인하시라.
내가 참인지 거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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